암호화폐 투자의 당위 2편 - 코인이 도박이라도 사야하는 이유
사실 "도박이라도 코인 투자는 해야한다."는 취지의 이 글은 오래 전에 썼지만 썼을 당시에는 암호화폐 시세가 피크에 있다고 생각되어 일부러 올리지 않았다. 한참 불장일 때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글을 써봤자 부화뇌동하는 무리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 이고 또 그런 글을 올리자마자 코인이 떨어지면 그것도 웃기니까.
그래서 코인이 폭락하는 오늘이 코인 투자의 당위를 설시하기에 더 적절한 날인 것 같다. 다만 오해 없이 말해두면 지금이 매수 적기라던가, 지금이 저점이니 반등한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 가격을 영원히 못볼 수도 있고 심리적 마지노 선이 무너지면 지난 1년 상승 분을 다 반납할 수도 있다(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과 무관하게 여전히 코인은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코인을 꼭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만 그렇다고 쳐도 다음 예시와 같이 코인을 사는 것이 사지 않는 것보다 합리적이다.
카지노 업체가 룰렛에서 돈을 버는 원리는 단순하다. 룰렛은 빨간 색과 검은 색 두 가지 색이 있는데 둘 중 하나에만 걸면 이론적으로 승률은 반반이다. 카지노 업체와 도박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 돈을 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룰렛에는 녹색으로 칠해진 한 칸이 있다. 걸리면 잭팟이 터지는 그곳은 도박 참여자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기 위해 있는 곳이 아니라, 빨간 색과 검은 색 둘 중 하나를 걸었을 때 그 승률을 51:49로 만들기 위해 있는 곳이다. 51:49라면 한판 기준으로는 절반과 아무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게임이 수억번 반복되는 카지노에서 도박에 참여하는 사람이 이길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게 된다. 그것이 카지노가 항상 돈을 버는 이유이다.
위의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래프로 정리하지 않아도(그래프로 정리한다면 지금 폭락 중인 비트코인 시세는 여전히 2년 전의 10배 이상이고 투자 기간을 5년으로 잡으면 그 논의 자체가 우습게 된다), 대충 계산해도 코인은 사놓은 1,000만원이 1억이 될 가능성과 100만원이 될 가능성이 비등하다. 그렇다면 전자의 기대값은 9,000만원이지만 후자의 기대값은 -900만원으로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유능한 도박사들은 승률이 60%만 넘어도 도박을 한다. 고작 승률이 51%인 룰렛이 카지노에게 영원한 승리를 안겨주는데 승률이 60%라면 하지 않는 것이 더 비합리적이다.
다만 여기에는 뒤로 갈수록 중요한 4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덜 중요한 두 가지를 말하면, 첫번째로 투자금이 항상 동일해야 하고, 두번째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코인에서 분산투자란 종목이 아니라 사는 시기를 나누는 것을 뜻한다.
일단 투자금의 동일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만약 100만원 어치를 산 코인이 1,000만원이 되었는데 그것으로 다른 코인을 샀다면 그 1,000만원이라면 아직 번 돈이 아니다. 사실 모든 투자가 그렇다. 팔고 정리하여 그 돈을 적금이라도 들거나 적어도 생활비 계좌에 옮기기 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올랐다고 그 기대 수익으로 쇼핑을 하거나 소고기를 사먹는 사람 중 정말 그 돈을 버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상승을 하게 되면 꾸준한 현금화가 바람직하며 귀금속 같은 안전자산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두번째로 분산투자를 해야 하는데 코인은 현란한 이름과 기술로 포장된 그 가치에 주목하여 여러 개를 사는 것을 분산투자라고 말하기 아직 어렵다. 상장폐지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아닌 한, 코인은 오를 때는 모든 코인이 오르고 떨어질 때는 모든 코인이 떨어진다. 알트코인의 시세폭등 역시 합리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자신이 보유한 투자금 전체를 한 번의 승부에 건다면, 확률적으로야 그게 대박날 가능성과 쪽박이 될 가능성이 비슷하다지만 사람 심리가 그렇게 하면 보통 잃게 되어 있다. 투자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분산투자의 원칙은 코인의 경우 코인의 종류 예를 들면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그리고 알트코인 중 얼마를 나누어 투자했는지가 아니라, "어느 시기"에 얼마를 가지고 있느냐이다. 자기 투자금의 총합을 10이고 한다면, 한 계절을 1 정도로 생각해서 2년 반, 좀 더 적극적 투자자라면 1달을 1로 잡아서 10번 정도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코인의 장점은 변동성이 극도로 높다는 것인데, 박상기의 난 때나 지금과 같은 시점에 코인에 자기 투자금이 다 들어가게 되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다만 코인은 2017년 폭락 이후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시점에도 기술적 반등만으로 200~300퍼센트의 수익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전업 투자자가 아닌 나는 잘 모르지만, 그래프로 분석하여 투자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장 개시 시간과 하락 시간이 없고, 블록체인 기술 특성 상 누가 사고 파는지 잘 보이기 때문에 스캘핑 등을 하기에 도리어 주식시장보다 훨씬 깨끗하여 벌기 쉽다고 한다.
전술한 것처럼 투자금을 소액으로 여러 번 가져가는 것이 꼭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것을 지켰고 그래서 코인 투자에서 늘 벌었으며 누구는 평생 한 번도 치기 어려운 10루타를 3번이나 칠 수 있었다. 다만 한편으로는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재산을 코인에 넣은 사람은 대부분 망한다지만, 나는 그렇게 해서 돈 번 사람도 참으로 많이 보았다. 특히 법률 분쟁이라는 것이 많은 경우 그들의 계좌를 직접 볼 기회가 생기는데, 내 나이대 남성이 종자돈 1억 원 정도를 넣어서 그게 25억 원에서 50억 원 사이로 돌아오는 것도 꽤 보았다. 빗썸의 하루 인출량은 5,000만원인데 한달 내내 매일 계좌로 5,000만원이 인출되더라. 솔직히 말하면 나는 5,000만원은 고사하고 1,000만원 이상으로 시작한 적도 별로 없고 벌은 돈도 예전 철 없던 시절에는 노는데 다 썼고 최근에는 직원들 월급으로 전부 나갔다. 그래서 코인 투자에 실패한 적이 없다지만 나는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내 나이 대 부자라고 하는 친구들이라면, 부모를 잘 만났거나 코인으로 돈을 번 녀석들이 대다수다. 스타트업으로 EXIT를 한 경우도 물론 있지만 보통 사업은 부침이 있기 마련이고,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그곳에 다 돈이 묶여있다. 코인으로 돈을 번 친구들은 그게 다 현금이고, 나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어리고 어떤 경우에는 흙수저인데 자신이 코인으로 10억을 벌었으니 이 현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최대치로 당겨 빌딩을 짓겠다며 그에 부대한 법률 상담을 의뢰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봐서, 실은 나는 개미가 코인을 하면 잃는다라는 말이 별로 실감이 가지 않고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다.
다만 여하간 이 기조를 바꿀 수는 없다. 나는 별로 욕심도 없고 멘탈도 소인배 밖에 안 된다고 치자. 투자에서는 생존이 곧 승리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요약하면 그래프로 봤을 때 지금 사는 건 자살행위라고 생각한다. 다만 약간의 관망 후 다시 소액을 살 계획이다.
나머지 더 중요한 두 개의 조건 중 하나는 코인이 정부에 의해 금지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나는 코인이 금지될 수 없고 금지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 조건은, 미국 연준의 돈풀기 장난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이 붕괴되고 금리가 오르면 코인은 폭락할 것이다. 다만 그래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공권력과 화폐가 붕괴되고 달러도 없는 남미 빈국들이 이미 제트캐시 같은 암호화폐를 변동성 없게 그들만의 완벽한 통화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실사용의 용도로 재등장할 것으로 본다. 귀금속의 가격이 폭등을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통화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경우 코인의 가격이 상승할 이유는 하등 없다.
이건 각각 별개 주제로 다룰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