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에 난파된 달
1년여만에 다시 크립토 세계에 뛰어들면서 그 동안 너무 크게 변해버린 이 세계에 적응하고자 몇몇 커뮤니티를 살펴 보는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일간은 온통 루나 얘기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루나는 아마도 작년 한해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던 상품이 아닌가 싶은데, 전고점을 돌파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UST 페깅 공격을 받았습니다.
내재한 알고리즘 취약성과 뱅크런에 노출, 뒤이어 블록체인이 정지되고 여러 거래소에서 퇴출되는 등의 일이 일어나며 불과 몇일 만에 99.99% 이상의 하락이 나타났습니다.
한편 느닷없이 바이낸스에 재상장된 이후에는 최저점 대비 500배 이상이 올랐다가 다시 1/3 토막이 나는 등 대단히 큰 폭의 시세 변화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혹시 오르는걸 보고 조바심에 매수 버튼을 누르고 싶은 분들고 계시겠지만, 재미삼아 하루 용돈 정도 넣으시는게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현재의 시세 변화는 주식시장의 정리 매매와 비슷해 보이는데, 많은 경우에 세력이 심리변화에 취약한 개미투자자들을 자극하여 끌어드린 뒤 물량 폭탄을 떠넘기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예전 시총 5위까지 올랐다가 단숨에 사라진 비트커넥트(BCC)의 흥망 성쇠를 보아왔던 분들이라면 이번 루나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을 이미 예측하셨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벌어진 또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될 수도 있는 일에 굳이 자세한 얘기를 적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한편, 디파이 등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스테이킹 중이신 분이 계신다면 보험이라 생각하시고 당분간은 개인지갑이나 대형 거래소 등에 보관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여러 체인에 수많은 렌딩 서비스들이 왜 이렇게 이율(APY)의 차이가 심한지 의아하여 개인적으로 여러 트랜잭션을 살펴보니 이율이 낮은 곳에서 수백억원 대 이상의 스테이블 코인을 대여하여 타서비스에 재예치하는 내역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그 중에 UST도 있을 수 있습니다. 확신은 없지만 혹시 모를 일입니다. 세월이 수상할 때는 몸을 사릴 필요도 있습니다.
이번 글은 혹시라도 이번 루나와 관련하여, 혹은 비슷한 일로 큰 손실을 겪으셨거나 멘탈의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위 사진의 문구는 예전 인터넷 어디서인가 보았다가 너무 맘에 들어 저장해 놓았던 것입니다. 직역하면 그 뉘앙스가 잘 전달되지 않는데 대략 의역하면 아래의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절대로 이미 지나간 불행한 일에 붙잡혀 살지 않아야 한다. 지나간 일은 단지 인생의 교훈일 뿐이며, 인생의 종말을 뜻하지 않는다."
지금은 못뵌지 오래된 존경하는 예전 직장 선배님 한분이 계십니다. 몇년 전인가 친한 후배 한명이 하는 것마다 잘 안되고 망하거나 해서 그 선배님께 이번 생은 망한 것같다고 했더니 아래와 같은 얘기를 해주셨다 합니다.
"30대와 40대의 인생은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며 행복을 얻는 시기이지 또래의 남들 대비 얼마나 돈을 많이 가졌는가로 인생의 성패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뭔가 하다가 실패했어도 그 것으로 교훈을 얻었으면 된 것이다."
"그렇게 차곡 차곡 능력을 쌓아간다면 50대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30-40대에 본인의 그릇 이상으로 성공한 사람은 그것이 행운이었음을 알지 못해 나중에 크게 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 얘기를 해주었던 후배는 그 이후에 조금 풀렸는지 지금은 서울 요지에 상가를 가진 나름 건물주입니다. 대출이 많다고 늘 엄살이긴 하지만.
아무튼 세상은 망하지 않고 돌고 돌아 또 기회가 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십시요. 다음 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